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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 광고기사 낸 한겨레, 황당하다.

by 호슐랭 2009. 6. 19.


신문 1면에 나오는 기사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보통 신문사가 미는 그 시점 가장 큰 이슈나 가장 중요한 사안이 1면을 장식합니다.

신문의 1면, 해당 신문사 오늘의 얼굴이라 할 수 있겠지요.

가장 많은 사람이 읽는 자리이기도 하구요. 필자의 생각으로는 발행부수 곱절의 사람이 

신문가판대, 지하철,
편의점, 음식점 등지에서 1면 정도는 훓고 지나간다고 봅니다.


그래서 1면은 광고 단가도 상당히 비싸지요.


보통 속지의 2배 이상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3배, 4배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런 1면의 장점때문에 종합일간지들이 섹션을 만들어 한 일간지에 종합 1면, 경제 1면,
 
교육 1면, 문화 1면 등 
1면의 무한 확장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 한겨레신문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는 광고 단가



사실 인정하기 싫지만 한겨레는 광고매체 측면에서는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그 다음 매체로 취급 받습니다. 그런 한겨레 1면 하단의 4단 통 광고는 얼마일까요?


▲일반적인 종합 1면 하단의 4단 통 광고


한겨레가 공지한 단가로만 계산한다면,

4단(세로) * 37cm(가로) * 200,000 (1단 * 1cm 단가) = 29,600,000원

무려 3천만원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조선일보는 2배 정도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광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1면이지만, 보통 중앙일간지들은 저널리즘이란 명예와 자존심으로 신문을 반으로 접은 상단에는 신문명 좌우측의 조그만 돌출광고외에는 광고를 싣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홍보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신문사의 주수입원이 광고임에도, 해당 신문사 기자에게는 광고의 광자도 말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펜대의 자존심을 꺽으면 무슨 후환을 당할지 모르니까요.
 
그런 자존심과 명예의 중앙 일간지 1면, 특히 평소 열렬히 사모하던 한겨레신문 6월 19일자 1면이 필자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습니다.  

▲2009년 6월 19일자 한겨레 신문 1면
  

그냥 이렇게 썸네일로 보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편집구성입니다. 그러나 저기 사진이 하나 보이십니까? 확대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본격적 무더위가 시작된 만큼 물놀이하는 어린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무척 반갑고 이쁘다. 그러나...



사진만 보자면 묘양도 이쁘고 계절적 요소도 가득합니다. 주로 범죄자, 정치인, 대통령 등이 오르는 기존 1면 사진보다 훨씬 좋습니다. 보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지구요. 이 사진을 두고 하는 비난을 하고자 하는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사진 아래의 설명에 있습니다.

그대로 옮기자면,

물만난 개구쟁이들
물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들은 더위가 반갑다. 서울 지역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인 31.5도를 기록한 18일 오후, 이날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양재천 야외수영장에서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며 헤엄을 치고 있다. 사진은 캐논 이오에스-5디(EOS-5D카메라에 수중전문촬영장비를 씌워 물속에서 찍었다. 박종식기자
anaki@hani.co.kr




'사진은 캐논 이오에스-5디(EOS-5D카메라에 수중전문촬영장비를 씌워 물속에서 찍었다.'

대체 이 광고문구가 왜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장면은 고가의 캐논 신제품 DSLR 카메라로만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싸구려 카메라를 비닐 봉지에 넣고 찍어도 연출할 수 있는 사진을 두고 구태여 기자라는 양반이 왜 언급하고 있을까요?

혹시 종합 일간지 1면을 기기 뽐내고 사진 자랑하는 모 사진커뮤니티 게시판으로 착각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캐논에서 만든 보도자료가 신문의 얼굴인 1면 메인사진으로 배치될 리도 없고, 광고상품일리도 없고, 한겨레가 지방신문도 아니고, 찌라시도 아니고, 무가지도, 잡지도 아니잖습니까?

저는 어제 저녁에 가판을 보고 이게 뭐야 했습니다. 뭐 잘못 나온게 아닐까 했는데, 오늘 아침 6판에서도 문구 그대로 실려 나왔더군요.

캐논의 홍보팀이나 홍보대행사에게는 박수를 쳐줘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한겨레 박종식 기자와 데스크, 편집부는 분명히 이와 같이 언론의 품위와 자존심을 심각히 훼손한 건에 대해서 반드시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삼성도 보이콧하면서 자본에 아첨하지 않고 저널리즘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한겨레이기에 이번 일은 무척 속이 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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